아르스쿨링 철학

postedSep 06, 2021

시간으로부터의 해방

wristwatch-1283184_1280.jpg

 

한때 아침형 인간에 대한 내용이 매스컴을 타면서 전국적으로 붐을 일으킨 적이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아침형 인간이 되려고 노력하였고 아침 일찍 일어나지 않는 사람은 게으른 사람이라는 비난도 듣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에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은 유전적 요인으로 서로 다른 생체 리듬을 갖고 있다는 이론이 제기되었다. 즉, 모든 사람이 아침형 인간이 될 필요도, 또 될 수도 없다는 얘기다.

 

시간 강박관념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시간에 얽매여 살고 있다. 어릴 적 방학 때 작성했던 생활 계획표를 떠올려보면 동그란 원 안에 시곗바늘처럼 칸을 나눠 하루의 일과를 작성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방학 초에 열심히 고민해서 만들긴 했지만 지킨 날 보다 지키지 않은 날이 훨씬 많았던 것 같다. 이 생활 계획표는 이상하게도 자신이 자발적으로 만든 것이지만 그것 자체가 족쇄가 되어 지키지 않았을 때 죄책감이 들게 한다. 생활 계획표라는 것은 부지런한 생활을 위한다는 미명 아래 만든 프로그램이지만 꼬박꼬박 정해놓은 시간 계획대로 살지 않는다고 과연 게으르다고 말할 수 있는지는 의문스럽다. 마치 IT 회사의 젊은 CEO가 일하다 말고 수영을 하고 싶다며 사옥에 있는 수영장에 가서 수영한다고 해서,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을 하지 않았기에 게으르다고 말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학교 커리큘럼을 보면 과목별로 정해진 시간이 있다. 학원도 마찬가지다. 그것을 채우려다 보니 학생들은 아침 일찍부터 밤늦도록 학교와 학원에서 생활한다. 또한, 모든 과목은 주어진 시간이 있고 주어진 시간이 끝나면 다른 과목을 들어야 한다. 그래서 과목 중 어떤 부분에서 호기심이 생기고 열의가 생겨도 종이 치고 다른 과목으로 바뀌게 되면 전 시간에 받았던 호기심과 열의는 어찌 되었건 그날의 해야 할 다른 많은 과목이 남아있기 때문에 거기서 끝내야 한다. 시간을 정해 놓는 것은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효율적일지 몰라도 배우는 입장에서는 비효율적이다. 과목별 중요도에 따라 과목당 차지하는 시간도 달라지는데, 중요도라는 것이 과연 모든 학생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하루에 공부는 몇 시간을 해야 적당할까? 통계청의 조사에 의하면 2014년 하루평균 학습시간이 중학생은 7시간 16분, 고등학생이 8시간 28분이었고 학교 외 학습시간은 중학생이 2시간 40분, 고등학생이 1시간 52분으로 나왔다. 학교와 학원 시간을 합치면 중고등학생 모두 9시간 이상이다. OECD 국가 학생들의 1주일 평균 공부시간은 35시간이다. 스웨덴이 가장 적은 28시간이며, 가까운 일본은 32시간, 미국은 33시간이지만 한국은 50시간 이상이다. 심지어 국제 학력 평가 1위인 핀란드조차 30시간이 안 된다. 도대체 국제 학력 평가 2위인 한국은 그렇게 오랜 시간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는 능력이란 말인가.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주의집중시간은 평균 15분에서 30분 사이라고 한다. 학업 성취도는 얼마나 오랜 시간 공부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게 아니라 얼마만큼 집중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학교를 떠나 홈스쿨링을 하게 되면 학년제도에서도 떠나게 된다. 사실 학교의 학년제도는 수준에 따른 교육도 아니며 발달 단계에 맞춰 나뉜 것도 아닌, 그저 입학과 진학, 졸업의 일률적 처리를 위한 행정적 편의를 위해 나뉜 것이나 다름없다. 학교에서는 1년 차이로 선후배 관계가 형성된다. 학교보다 선후를 심하게 따지는 곳은 아마도 군대일 것이다. 보통 입대 한 달 차이부터 선임과 후임으로 나뉘는데, 심한 곳은 일주일 차이로 나눈다는 얘길 들었다. 어찌 되었건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인이 된 어른들을 보면 위아래로 어느 정도까지는 터울 없이 지내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작은 학교 학생들이 학년 없이 모여 함께 한다는 것은 위아래 나이 터울이 있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므로 오히려 사회성을 형성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 하겠다.

 

시간에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또한, 삶이 자유로워진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스무 살엔 대학을 가야 하고 서른 즈음엔 결혼해야 한다는 규칙은 없지만, 대부분이 그렇게 하고 있고 그때를 놓치면 뭔가 잘못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데, 사실 그러한 집단주의 문화에서 오는 느낌에서만 벗어나도 삶은 한결 여유로워진다. 

 

삼국시대 위(魏)나라에 외모도 빈약하고 출세가 늦어 친척들로부터 멸시를 당한 최림이란 사람은 후일 천자를 보좌하는 삼공(三公)에 이르게 된다. 대기만성(大器晩成)이란 말은 사실 시간이 아닌 노력에 중점을 둔 말이다. "누가 먼저 무엇이 되느냐보다 어떤 무엇이 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말처럼 시간이 아닌 더 근본이 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시간 싸움에서 지는 것이 진정한 패배다. 인생은 단기전이 아니라 장기전이며, 모든 게임에 연장전이 있듯이 느긋하게 인생이란 게임을 즐겨야 오랫동안 힘을 내며 달릴 수 있다.

 

“속도를 줄이고 인생을 즐겨라. 너무 빨리 가다 보면 주위 경관뿐이 아니라 어디로 가는지, 왜 가는지도 놓치게 된다.” (에디 캔터)


ARSCHOOLING PHILOSOPHY

아르스쿨링의 시각으로 세상 보기

  1. 상어는 왜 멈추는 순간 죽을까?

    상어는 단 한 순간도 멈출 수 없다. 일반적인 물고기는 가만히 있어도 아가미를 통해 산소를 얻지만, 상어는 계속 헤엄쳐야만 물이 흐르며 산소를 공급받을 수 있다. 만약 멈춘다면, 더 이상 숨을 쉴 수 없고 결국 죽게 된다. 그렇다면 상어는 왜 멈출 수 없는 것일까? 대부분의 물고기는 스스로 아가미를 움직여 산소를 흡수하지만, 상어는 자신의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숨을 쉴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헤엄치는 행위 자체가 생존과 직결된 것이다. 이 때문에 상어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움직인다. 상어에게 ‘안주’란 곧 ‘죽음’과 같다. 그런데 이런 특성을 가진 건 상어뿐만이 아니다. 배움과 성장을 멈춘 인간도 결국 서서히 정체되며,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 배움을 멈추는 순간, 우리는 정체된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과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한국 성인의 평생학습 참여율은 38.6%였다. 즉, 여전히 성인 10명 중 6명 이상은 학창 시절 이후 배움을 멈춘 상태라는 의미다. 또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조사에 따르...
    Date2025.03.12 By아르스쿨링 Views3
    Read More
  2. 현재의 행복이 곧 미래의 행복이다.

    내가 교육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2012년 EBS에서 방영된 “세계의 교육현장 - 행복을 가르치는 숲 속의 학교 산티니케탄”을 보고 나서였다. 산티니케탄은 라빈드라나드 타고르라는 인도의 시인이 세운 학교로 처음엔 자기 자녀를 위한 작은 홈스쿨링 형태였지만 조금씩 규모가 커져 지금은 초, 중, 고등학교를 포함해 대학과 대학원까지 있는 큰 학교가 되었다. 학교 수업의 대부분은 나무 그늘에서 이루어지는데 나무 한 그루가 하나의 교실로,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은 다른 나무로 이동한다. 자연의 교실이 주는 자유롭고 편안한 모습에서 평화로운 느낌을 받는다. 산티니케탄은 199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르티아 센을 비롯한 4명의 노벨상 수상자들, 인도 전 총리 인디라 간디, 물리학자 샤텐드라 나스 보스, 그리고 세계적인 석학과 영화감독 등 많은 인재를 배출했다. 타고르의 후손인 슈프리오 타고르는 “건강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성장한 사람은 사회에 훨씬 잘 적응할 수 있으며 자연 속에서 자유롭고 즐거운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 오히려 훨씬 경쟁력 있는 사람이 된다.&rdqu...
    Date2021.09.06 By아르스쿨링 Views302
    Read More
  3. 시간으로부터의 해방

    한때 아침형 인간에 대한 내용이 매스컴을 타면서 전국적으로 붐을 일으킨 적이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아침형 인간이 되려고 노력하였고 아침 일찍 일어나지 않는 사람은 게으른 사람이라는 비난도 듣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에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은 유전적 요인으로 서로 다른 생체 리듬을 갖고 있다는 이론이 제기되었다. 즉, 모든 사람이 아침형 인간이 될 필요도, 또 될 수도 없다는 얘기다. 시간 강박관념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시간에 얽매여 살고 있다. 어릴 적 방학 때 작성했던 생활 계획표를 떠올려보면 동그란 원 안에 시곗바늘처럼 칸을 나눠 하루의 일과를 작성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방학 초에 열심히 고민해서 만들긴 했지만 지킨 날 보다 지키지 않은 날이 훨씬 많았던 것 같다. 이 생활 계획표는 이상하게도 자신이 자발적으로 만든 것이지만 그것 자체가 족쇄가 되어 지키지 않았을 때 죄책감이 들게 한다. 생활 계획표라는 것은 부지런한 생활을 위한다는 미명 아래 만든 프로그램이지만 꼬박꼬박 정해놓은 시간 계획대로 살지 않는다고 과연 게으르다고 말할 수 있...
    Date2021.09.06 By아르스쿨링 Views81
    Read More
  4. 경쟁과 상생

    경쟁이 없는 사회라면 정말 행복할까? 경쟁이 없는 사회를 꿈꾸는 것은 과거 이데올로기에서 주로 나온 이상적인 생각 중에 하나다. 사회, 공산주의는 역사를 통해 그것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가져왔는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경쟁하지 않는 것은 모두가 평등할 때 가능하다. 평등하지도 않는데 경쟁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이상한 사회다. 그러나 과연 모두가 평등할 수 있을까? 만일 모두가 평등하다면 오히려 그것이 곧 불평등한 것이다. 노력한 자가 노력한 만큼 가져가는 것이 공정이고 평등이기 때문이다. 노력하는 것은 남보다 노력하는 것일 수도 있고 어제의 나보다 노력하는 것일 수 있다. 비교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노력할 부분이 생긴다. 남들과 구별되는 차이를 나타내는 것, 그 차이를 좀 더 뛰어나게 만드는 것, 그것이 노력이고 경쟁이다. 남들보다 노력하지 않고 경쟁하지 않는다면 퇴보만 있을 뿐이다. 모든 생명체는 경쟁을 통해 진화 발전되어 왔다. 인간은 그중에 단연 독보적으로 진화 발전된 존재이다. 사회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인류 문명은 경쟁을 통해 진화 발전되어 왔다. 경쟁과...
    Date2021.09.06 By아르스쿨링 Views109
    Read More
  5. 아르스쿨링의 향기

    내가 인도를 갔을 때 처음 공항에 내려 보니 향신료 향과 비슷한 인도 특유의 특이한 향내가 나는 걸 느꼈다. 한국도 인도와 마찬가지로 한국 특유의 향이 있다. 이는 어느 나라를 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그곳에서 오랫동안 살면 이미 그 향에 적응했기 때문에 잘 모르게 된다. 교육도 마찬가지로 적응해서 살면 거기에 어떤 향이 있는지 잘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무슨 문제인가? 어떤 향이 난다 해도 그저 모르고 살아간다면 없는 것이나 다름없으므로 크게 문제 될 건 없다. 사실 공교육이나, 대안학교나, 홈스쿨링이나 어떤 교육을 받아도 세상 사는 데는 다 똑같다. 단지 그 특유의 향만 다를 뿐이다. 인생의 정답이 없는 것처럼 교육에도 정답은 없다. 그러기에 다양한 교육 방법이 있어야 한다. 사람 각자의 특성이 다양하듯 교육 방법도 다양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대안학교들이 늘어나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 볼 수 있다. 공교육이 바뀌면 좋겠다고 얘기하지만 공교육도 나름의 목적이 있고 또 어차피 바꿔 봐야 결국 또다시 누군가에겐 맞지 않는 교육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맞는 교육...
    Date2021.09.06 By아르스쿨링 Views93
    Read More
  6. 인간은 빈 그릇이 아니라 스펀지다.

    인터넷을 이용해 배울 때 어느 정도까지 깊이 들어갈 수 있을까? 일단 수학의 미적분을 알아보자. 유튜브를 통해 미적분이라고 검색을 하면 무수히 많은 미적분에 관한 동영상이 제시된다. 그중에 하나를 열어 보니 한 학원 강사가 빠른 말로 미적분 공식에 관해 설명한다. 하지만 미적분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겐 좀 어려워 보였다. 그래서 몇 개의 동영상을 더 열어 보니 나에게 알맞은 수준의 동영상을 찾을 수 있었다. 강사는 미적분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이해해야 하고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차분한 목소리로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런데 미적분을 왜 배워야 하는지와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그래서 따로 검색해보니 최초의 미분과 적분, 그리고 누구에 의해 발전되고 왜 미적분이 연구되었는지, 지금 어떤 분야에 사용하고 있는지가 나와 있었다. 수학이 단지 수학에서 머물지 않고 물리학과 역사, 철학 등 인문학으로도 연결되어 더 흥미로웠다. 사실 인문학적인 소양을 갖춘 이들에게 수학이란 쉽지 않은 학문이다. 어찌 보면 그들에게 수학은 계산 중심이 아닌 이야기 중심으로 접...
    Date2021.08.24 By아르스쿨링 Views105
    Read More
  7.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는 뭔가를 배우려면 학원에 다니거나 책을 봐야 했다. 또 주변에 영감을 줄 만한 새로운 것을 접할 기회도 드물었다. 그러나 인터넷 시대에 접어들면서 우리가 받아들이는 정보는 엄청나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제는 인간이 기억하기에도 벅찰 만큼의 데이터가 오픈되어 있는, 정보 홍수 시대가 되었다. 더군다나 인간의 기억력과 판단력보다 더 빠르고 뛰어난 AI가 탄생하기까지 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40년 전엔 주산 학원이 인기가 있었다. 심지어 시골 작은 동네에도 주산 학원이 하나쯤은 있을 만큼 누구나 주산을 배우던 때가 있었다. 돈을 많이 버는 직업 중 하나인 은행에 취직하기 위해서도 그렇지만 산수 문제를 쉽게 푸는데도 주산이 도움이 되었기에 한 반에 절반 이상은 주산 학원에 다녔다. 하지만 계산기가 나오고 이후 컴퓨터가 보급되면서부터 주산 학원은 자취를 감췄다. 인간이 암산이나 주판을 갖고 계산하기보다 계산기나 엑셀을 이용해 계산하는 것이 더 빠르고 정확하기 때문이다. 동물이 신체를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진화해 왔다고 한다면 인간은 도구를 통해 환경을 변...
    Date2021.08.24 By아르스쿨링 Views11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Next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