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인도를 갔을 때 처음 공항에 내려 보니 향신료 향과 비슷한 인도 특유의 특이한 향내가 나는 걸 느꼈다. 한국도 인도와 마찬가지로 한국 특유의 향이 있다. 이는 어느 나라를 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그곳에서 오랫동안 살면 이미 그 향에 적응했기 때문에 잘 모르게 된다. 교육도 마찬가지로 적응해서 살면 거기에 어떤 향이 있는지 잘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무슨 문제인가? 어떤 향이 난다 해도 그저 모르고 살아간다면 없는 것이나 다름없으므로 크게 문제 될 건 없다. 사실 공교육이나, 대안학교나, 홈스쿨링이나 어떤 교육을 받아도 세상 사는 데는 다 똑같다. 단지 그 특유의 향만 다를 뿐이다.
인생의 정답이 없는 것처럼 교육에도 정답은 없다. 그러기에 다양한 교육 방법이 있어야 한다. 사람 각자의 특성이 다양하듯 교육 방법도 다양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대안학교들이 늘어나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 볼 수 있다. 공교육이 바뀌면 좋겠다고 얘기하지만 공교육도 나름의 목적이 있고 또 어차피 바꿔 봐야 결국 또다시 누군가에겐 맞지 않는 교육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맞는 교육이란 있을 수 없다.
아르스쿨링 프로그램도 모든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능동적이고 호기심이 많으며 어딘가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고 자유로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 영감을 통해 질문하고 뭔가 떠올랐을 때 스스로 알아낼 때까지 집중해서 파헤치는 사람,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 질문하고 토론하는 것이 더 좋은 사람, 기존의 것을 뒤집어보고 새로운 것을 만들기를 좋아하는 사람, 누군가 해 놓은 길은 가고 싶지 않은 사람,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 사람.’ 아르스쿨링은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시작했다. 이러한 사람들에게 아르스쿨링은 최고의 시간이 될 것이다. 나는 이 프로그램이 분명히 그들에게 시너지 효과를 줄 것이라고 믿는다.
1. Topic
어떤 주제를 중심으로 대화하고 토론하는 방식을 아르스쿨링은 'Topic'이라 부른다. “어떻게 하면 편협하지 않고 폭넓은 사고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서 시작한 'Topic' 방식은 매번 다른 주제로 여러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토의와 토론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다양한 의견을 듣고 생각을 정리해 나간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의 사고는 다각화되고 점점 더 확장된다. 또한 토의와 토론은 자기 생각을 상대방에게 올바로 전달하는 법과,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피력하는 법을 터득하게 해줄 것이고, 공감하며 교감하고 소통하는 사회적 인격체가 되게 해줄 것이다.
2. Discovery
학생은 각자의 호기심이 이끄는 데로 인터넷이나 책을 통해서 새로운 것을 발견해 낸다. 그리고 각자 나름대로 발견한 새로운 지식을 정리해 아르스쿨링 ‘Discovery’ 시간에 발표한다. 예를 들어 "오로라가 왜 생길까?"라는 궁금증이 일었다고 해보자. 오로라가 생기는 이유를 조금만 검색해 보면 관련된 내용이 인터넷에 엄청나게 많이 올라와 있는 것을 찾을 수 있다. 글로만 보니 이해하기가 어렵다면 그에 대한 동영상도 찾아 볼 수 있다. 확실히 동영상으로 보면 글로 보기보다 훨씬 쉽고 빠르게 이해되는 것 같다.
이렇게 찾아본 내용을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정리해서 ‘Discovery’ 시간에 발표한다. 발표를 들은 학생들은 서로를 위해 질문 한다. 아르스쿨링에는 여러 나이가 섞여 있기에 이미 오로라에 대해 알고 있는 학생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발표한 학생은 그것이 궁금해서 찾아본 것이므로 발표한 학생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선 이미 잘 알고 있더라도 질문을 해 주는 것이 좋다. 그런 과정에서 발표한 학생은 자신이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고 발표를 듣는 학생도 마찬가지로 질문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궁금증과 새로운 영감이 떠오를 수 있다.
‘Discovery’는 학문적인 것에만 얽매이지 않는다. 예를 들면 그림을 그리거나 작곡을 해서 발표할 수도 있고 작물을 키워서 그 과정을 발표할 수도 있다. 각자가 관심 있어 하는 분야면 뭐든 좋다. ‘Discovery’의 핵심은 바로 ‘질문’이다. 질문은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호기심을 자극하며 지식 성장을 위한 시너지 역할을 한다.
3. Travel
인격 형성은 경험을 통해 이루어진다. 긍정적이고 다양한 경험은 훌륭한 인격체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부분 학생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총 16년 동안 학교와 학원의 네모난 교실에서 젊은 날의 대부분을 보낸다. 배움은 교실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중학교를 마치고 홈스쿨링을 했던 많은 학생이 중학교 시절 학교에서 배웠던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학교 밖 세상에서 배울 수 있었다고 말한다. 어찌 보면 세상은 가장 큰 학교이자 교실이다. 학교 밖 경험을 통해 더 많은 영감을 얻고 미래에 대한 꿈을 더 확고하게 다지기도 한다. 나는 학생들이 긍정적이고 다양한 경험을 최대한 많이 하기를 바란다. 많은 것들을 보고 넓은 시야와 높은 차원에서 세상을 바라봤으면 한다. 그래서 나는 ‘Travel’이란 것을 ‘Topic’과 ‘Discovery’와 같은 선상에 놓았다. 책상에서 배우는 것과 걸으면서 배우는 것의 조화가 잘 이루어져야 지성과 덕성, 그리고 감성이 훌륭하게 잘 성장할 것이다.
Travel은 아르스쿨링이라는 이름과 정말 잘 어울린다. Travel이라고 해서 배낭 메고 며칠간 떠나는 여행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역사 탐방도 하나의 여행이고, 박물관이나 미술관 방문도 여행이다. 공연을 보거나 쇼핑센터에서 이것저것 구경하는 것도 여행이고, 사람 많은 거리에서 음료수 한잔 마시며 사람들을 구경하고 관찰하는 것도 하나의 여행이다. 이처럼 우리는 기회가 될 때마다 여행을 떠날 것이다. 학생들은 여러 장소에서 많은 것들을 직접 보고 느끼며 생각들을 정립해 나갈 것이고 더 많은 영감을 얻게 될 것이다.
4. Religion
모든 교육의 바탕은 신앙에서 출발해야 한다. 더 높은 차원에서 바라보는 것을 초월적 시각이라 한다면, 이 초월적 시각을 이루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게 신앙이다. 우리가 배우는 것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나와 타인, 그리고 그 인격체를 둘러싼 세상’이다. 즉, 우리는 교육을 통해 나와 타인, 그리고 세상이 무엇이라는 것을 배우며 그것이 어떻게 생겨났고 어떻게 돌아가고 있으며 또, 그 안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배우는 것이다. 그러나 “왜”라는 것은 신앙 안에서만 배울 수 있다. 물론 단순하게 “왜”라는 질문을 던져 간단한 답을 할 수는 있겠지만, 초월적인 부분을 배제하고 단순하게 던지는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왜”라는 질문은 늘 초월적인 영역까지 침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세상은 왜 생겨났고 우리는 왜 태어났으며, 왜 살아야 하고, 왜 죽는가. 또 우리는 왜 타인을 존중해야 하며 왜 사랑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은 분명 초월적인 질문이며 초월적인 답을 원한다. 죽음 앞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처럼 신앙 안에서의 초월적인 시각은 일찌감치 무엇이 중요한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라는 예수님의 말씀대로 초월적인 시각은 세상 안에 살면서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게 할 것이다.
“오직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 배우고 오직 굳게 결심한 사람만이 배움의 장벽을 넘을 수 있다.” (유진 S. 윌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