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는 뭔가를 배우려면 학원에 다니거나 책을 봐야 했다. 또 주변에 영감을 줄 만한 새로운 것을 접할 기회도 드물었다. 그러나 인터넷 시대에 접어들면서 우리가 받아들이는 정보는 엄청나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제는 인간이 기억하기에도 벅찰 만큼의 데이터가 오픈되어 있는, 정보 홍수 시대가 되었다. 더군다나 인간의 기억력과 판단력보다 더 빠르고 뛰어난 AI가 탄생하기까지 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40년 전엔 주산 학원이 인기가 있었다. 심지어 시골 작은 동네에도 주산 학원이 하나쯤은 있을 만큼 누구나 주산을 배우던 때가 있었다. 돈을 많이 버는 직업 중 하나인 은행에 취직하기 위해서도 그렇지만 산수 문제를 쉽게 푸는데도 주산이 도움이 되었기에 한 반에 절반 이상은 주산 학원에 다녔다. 하지만 계산기가 나오고 이후 컴퓨터가 보급되면서부터 주산 학원은 자취를 감췄다. 인간이 암산이나 주판을 갖고 계산하기보다 계산기나 엑셀을 이용해 계산하는 것이 더 빠르고 정확하기 때문이다.
동물이 신체를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진화해 왔다고 한다면 인간은 도구를 통해 환경을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진화해 왔다. 지구의 역사를 보면 인간이 선택한 기술의 발전을 통한 진화가 인간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만은 분명하다. 기술은 인간이 가진 신체적 한계를 넘어서게 한다. 게다가 최근엔 지금까지 한계라고 여겨 왔던 인간의 두뇌마저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 넘어서고 있다. 미래에는 인간의 두뇌를 넘어선 AI가 인간이 차지해 왔던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고 과거 주산 학원처럼 인간의 능력에 기대있던 많은 분야 역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는 분명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이제는 굳이 계산기를 두드리거나 컴퓨터에 입력하지 않고 스마트폰에 있는 카메라로 사진만 찍어도 계산이 되는 상황이다. 사람이 주문을 받던 자리에는 터치스크린이 차지했고 핀테크 기술이 나오면서 동네에 있던 은행도 하나둘 문을 닫거나 인력을 줄이고 있다. 자동 주행 기술이 이미 상용화 단계에 와 있으며 얼마 안 가 운송업은 AI로 대체 될 것이다. 현재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 매장의 확대로 흔들리면서 택배 사업이 번창하고는 있으나 자동 주행 보급이 빨라진다면 사람이 배송하는 것도 머지않아 사라지게 될 것이다.
혹자는 기술의 발달로 인간이 설 자리를 잃어간다고 얘기하지만, 실제는 이와 다르다. 물론 기존에 서 있던 자리에서는 물러나겠지만 인간의 자리는 늘 기술의 상위에 있었고 그것은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다. 과거 사람이 있던 자리에 지금은 기계가 있지만, 그 기계를 다루는 기술자는 사람이듯, 기술의 발전은 기존의 일에서 새로운 일로의 전환일 뿐이다. 중요한 사실은, 기술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언제든 대체되겠지만, 기술을 개발하거나 그 기술을 다루는 사람은 언제나 변함없이 상위 포지션에 위치하고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면, 운전하는 사람이 운전하는 기술을 갖고 있어 그 기술로 지금까지 운송업에 종사했다고 한다면 앞으로는 그 기술을 자동 주행을 하는 AI가 하게 될 것이고 운전자는 기술 대체로 그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겠지만 AI를 개발하는 사람과 그것을 이용해 운송 사업을 하는 사람은 계속 존재할 것이며 그것과 관계되는 새로운 직업군들 역시 새롭게 생겨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기술, 드론, 자율주행차, 가상현실(VR) 등이 주도하는 차세대 4차 산업 혁명이라 하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지금, 미래의 인재를 키우는 교육의 방향은 어디로 나아 가야 할까?
현재 학교 교육은 과거의 방식과 별반 달라진 게 없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시험은 아직도 외우는 것에 집중한다. AI가 빅데이터를 통해 많은 정보를 전해주고 있는 이 시대에도 학교는 지식을 외워야만 했던 과거의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간은 두뇌가 모든 것을 저장하지 못하기에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기술과 그것을 빠르게 검색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왔다. 이제는 그 기술을 사용해 보다 많은 정보를 검색하고 응용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단계가 되었다. 앞서 얘기했듯이 인간의 진화는 기술의 발전 방식으로 진화해 왔다. 그동안 외우는 교육이 유지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21세기 4차 산업 혁명이라는 새로운 기술의 시대에 더이상의 외우는 방식의 육체 진화론적 교육은 학생들을 미래 시대에 점점 더 뒤처지게 할 것이다. 미래는 정확한 정보를 빠르게 얻는 검색능력과 그렇게 얻은 지식을 융합하고 응용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어야 한다. 기술의 진화 방식을 택한 인류의 생존은 새로운 교육으로의 변화에 달려있다. 미래를 위해 교육의 패러다임은 반드시 변화되어야 한다.
"아이를 당신이 아는 배움의 범위에 한정 짓지 마라. 아이는 당신과 다른 시대에 태어났다.” (라빈드라나트 타고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