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스쿨링 철학

postedAug 24, 2021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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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는 뭔가를 배우려면 학원에 다니거나 책을 봐야 했다. 또 주변에 영감을 줄 만한 새로운 것을 접할 기회도 드물었다. 그러나 인터넷 시대에 접어들면서 우리가 받아들이는 정보는 엄청나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제는 인간이 기억하기에도 벅찰 만큼의 데이터가 오픈되어 있는, 정보 홍수 시대가 되었다. 더군다나 인간의 기억력과 판단력보다 더 빠르고 뛰어난 AI가 탄생하기까지 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40년 전엔 주산 학원이 인기가 있었다. 심지어 시골 작은 동네에도 주산 학원이 하나쯤은 있을 만큼 누구나 주산을 배우던 때가 있었다. 돈을 많이 버는 직업 중 하나인 은행에 취직하기 위해서도 그렇지만 산수 문제를 쉽게 푸는데도 주산이 도움이 되었기에 한 반에 절반 이상은 주산 학원에 다녔다. 하지만 계산기가 나오고 이후 컴퓨터가 보급되면서부터 주산 학원은 자취를 감췄다. 인간이 암산이나 주판을 갖고 계산하기보다 계산기나 엑셀을 이용해 계산하는 것이 더 빠르고 정확하기 때문이다. 

 

동물이 신체를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진화해 왔다고 한다면 인간은 도구를 통해 환경을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진화해 왔다. 지구의 역사를 보면 인간이 선택한 기술의 발전을 통한 진화가 인간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만은 분명하다. 기술은 인간이 가진 신체적 한계를 넘어서게 한다. 게다가 최근엔 지금까지 한계라고 여겨 왔던 인간의 두뇌마저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 넘어서고 있다. 미래에는 인간의 두뇌를 넘어선 AI가 인간이 차지해 왔던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고 과거 주산 학원처럼 인간의 능력에 기대있던 많은 분야 역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는 분명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이제는 굳이 계산기를 두드리거나 컴퓨터에 입력하지 않고 스마트폰에 있는 카메라로 사진만 찍어도 계산이 되는 상황이다. 사람이 주문을 받던 자리에는 터치스크린이 차지했고 핀테크 기술이 나오면서 동네에 있던 은행도 하나둘 문을 닫거나 인력을 줄이고 있다. 자동 주행 기술이 이미 상용화 단계에 와 있으며 얼마 안 가 운송업은 AI로 대체 될 것이다. 현재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 매장의 확대로 흔들리면서 택배 사업이 번창하고는 있으나 자동 주행 보급이 빨라진다면 사람이 배송하는 것도 머지않아 사라지게 될 것이다.

 

혹자는 기술의 발달로 인간이 설 자리를 잃어간다고 얘기하지만, 실제는 이와 다르다. 물론 기존에 서 있던 자리에서는 물러나겠지만 인간의 자리는 늘 기술의 상위에 있었고 그것은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다. 과거 사람이 있던 자리에 지금은 기계가 있지만, 그 기계를 다루는 기술자는 사람이듯, 기술의 발전은 기존의 일에서 새로운 일로의 전환일 뿐이다. 중요한 사실은, 기술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언제든 대체되겠지만, 기술을 개발하거나 그 기술을 다루는 사람은 언제나 변함없이 상위 포지션에 위치하고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면, 운전하는 사람이 운전하는 기술을 갖고 있어 그 기술로 지금까지 운송업에 종사했다고 한다면 앞으로는 그 기술을 자동 주행을 하는 AI가 하게 될 것이고 운전자는 기술 대체로 그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겠지만 AI를 개발하는 사람과 그것을 이용해 운송 사업을 하는 사람은 계속 존재할 것이며 그것과 관계되는 새로운 직업군들 역시 새롭게 생겨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기술, 드론, 자율주행차, 가상현실(VR) 등이 주도하는 차세대 4차 산업 혁명이라 하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지금, 미래의 인재를 키우는 교육의 방향은 어디로 나아 가야 할까?

 

현재 학교 교육은 과거의 방식과 별반 달라진 게 없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시험은 아직도 외우는 것에 집중한다. AI가 빅데이터를 통해 많은 정보를 전해주고 있는 이 시대에도 학교는 지식을 외워야만 했던 과거의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간은 두뇌가 모든 것을 저장하지 못하기에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기술과 그것을 빠르게 검색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왔다. 이제는 그 기술을 사용해 보다 많은 정보를 검색하고 응용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단계가 되었다. 앞서 얘기했듯이 인간의 진화는 기술의 발전 방식으로 진화해 왔다. 그동안 외우는 교육이 유지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21세기 4차 산업 혁명이라는 새로운 기술의 시대에 더이상의 외우는 방식의 육체 진화론적 교육은 학생들을 미래 시대에 점점 더 뒤처지게 할 것이다. 미래는 정확한 정보를 빠르게 얻는 검색능력과 그렇게 얻은 지식을 융합하고 응용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어야 한다. 기술의 진화 방식을 택한 인류의 생존은 새로운 교육으로의 변화에 달려있다. 미래를 위해 교육의 패러다임은 반드시 변화되어야 한다.

 

"아이를 당신이 아는 배움의 범위에 한정 짓지 마라. 아이는 당신과 다른 시대에 태어났다.”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ARSCHOOLING PHILOSOPHY

아르스쿨링의 시각으로 세상 보기

  1. 상어는 왜 멈추는 순간 죽을까?

    상어는 단 한 순간도 멈출 수 없다. 일반적인 물고기는 가만히 있어도 아가미를 통해 산소를 얻지만, 상어는 계속 헤엄쳐야만 물이 흐르며 산소를 공급받을 수 있다. 만약 멈춘다면, 더 이상 숨을 쉴 수 없고 결국 죽게 된다. 그렇다면 상어는 왜 멈출 수 없는 것일까? 대부분의 물고기는 스스로 아가미를 움직여 산소를 흡수하지만, 상어는 자신의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숨을 쉴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헤엄치는 행위 자체가 생존과 직결된 것이다. 이 때문에 상어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움직인다. 상어에게 ‘안주’란 곧 ‘죽음’과 같다. 그런데 이런 특성을 가진 건 상어뿐만이 아니다. 배움과 성장을 멈춘 인간도 결국 서서히 정체되며,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 배움을 멈추는 순간, 우리는 정체된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과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한국 성인의 평생학습 참여율은 38.6%였다. 즉, 여전히 성인 10명 중 6명 이상은 학창 시절 이후 배움을 멈춘 상태라는 의미다. 또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조사에 따르...
    Date2025.03.12 By아르스쿨링 Views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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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현재의 행복이 곧 미래의 행복이다.

    내가 교육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2012년 EBS에서 방영된 “세계의 교육현장 - 행복을 가르치는 숲 속의 학교 산티니케탄”을 보고 나서였다. 산티니케탄은 라빈드라나드 타고르라는 인도의 시인이 세운 학교로 처음엔 자기 자녀를 위한 작은 홈스쿨링 형태였지만 조금씩 규모가 커져 지금은 초, 중, 고등학교를 포함해 대학과 대학원까지 있는 큰 학교가 되었다. 학교 수업의 대부분은 나무 그늘에서 이루어지는데 나무 한 그루가 하나의 교실로,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은 다른 나무로 이동한다. 자연의 교실이 주는 자유롭고 편안한 모습에서 평화로운 느낌을 받는다. 산티니케탄은 199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르티아 센을 비롯한 4명의 노벨상 수상자들, 인도 전 총리 인디라 간디, 물리학자 샤텐드라 나스 보스, 그리고 세계적인 석학과 영화감독 등 많은 인재를 배출했다. 타고르의 후손인 슈프리오 타고르는 “건강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성장한 사람은 사회에 훨씬 잘 적응할 수 있으며 자연 속에서 자유롭고 즐거운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 오히려 훨씬 경쟁력 있는 사람이 된다.&rdqu...
    Date2021.09.06 By아르스쿨링 Views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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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시간으로부터의 해방

    한때 아침형 인간에 대한 내용이 매스컴을 타면서 전국적으로 붐을 일으킨 적이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아침형 인간이 되려고 노력하였고 아침 일찍 일어나지 않는 사람은 게으른 사람이라는 비난도 듣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에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은 유전적 요인으로 서로 다른 생체 리듬을 갖고 있다는 이론이 제기되었다. 즉, 모든 사람이 아침형 인간이 될 필요도, 또 될 수도 없다는 얘기다. 시간 강박관념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시간에 얽매여 살고 있다. 어릴 적 방학 때 작성했던 생활 계획표를 떠올려보면 동그란 원 안에 시곗바늘처럼 칸을 나눠 하루의 일과를 작성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방학 초에 열심히 고민해서 만들긴 했지만 지킨 날 보다 지키지 않은 날이 훨씬 많았던 것 같다. 이 생활 계획표는 이상하게도 자신이 자발적으로 만든 것이지만 그것 자체가 족쇄가 되어 지키지 않았을 때 죄책감이 들게 한다. 생활 계획표라는 것은 부지런한 생활을 위한다는 미명 아래 만든 프로그램이지만 꼬박꼬박 정해놓은 시간 계획대로 살지 않는다고 과연 게으르다고 말할 수 있...
    Date2021.09.06 By아르스쿨링 Views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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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경쟁과 상생

    경쟁이 없는 사회라면 정말 행복할까? 경쟁이 없는 사회를 꿈꾸는 것은 과거 이데올로기에서 주로 나온 이상적인 생각 중에 하나다. 사회, 공산주의는 역사를 통해 그것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가져왔는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경쟁하지 않는 것은 모두가 평등할 때 가능하다. 평등하지도 않는데 경쟁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이상한 사회다. 그러나 과연 모두가 평등할 수 있을까? 만일 모두가 평등하다면 오히려 그것이 곧 불평등한 것이다. 노력한 자가 노력한 만큼 가져가는 것이 공정이고 평등이기 때문이다. 노력하는 것은 남보다 노력하는 것일 수도 있고 어제의 나보다 노력하는 것일 수 있다. 비교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노력할 부분이 생긴다. 남들과 구별되는 차이를 나타내는 것, 그 차이를 좀 더 뛰어나게 만드는 것, 그것이 노력이고 경쟁이다. 남들보다 노력하지 않고 경쟁하지 않는다면 퇴보만 있을 뿐이다. 모든 생명체는 경쟁을 통해 진화 발전되어 왔다. 인간은 그중에 단연 독보적으로 진화 발전된 존재이다. 사회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인류 문명은 경쟁을 통해 진화 발전되어 왔다. 경쟁과...
    Date2021.09.06 By아르스쿨링 Views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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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아르스쿨링의 향기

    내가 인도를 갔을 때 처음 공항에 내려 보니 향신료 향과 비슷한 인도 특유의 특이한 향내가 나는 걸 느꼈다. 한국도 인도와 마찬가지로 한국 특유의 향이 있다. 이는 어느 나라를 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그곳에서 오랫동안 살면 이미 그 향에 적응했기 때문에 잘 모르게 된다. 교육도 마찬가지로 적응해서 살면 거기에 어떤 향이 있는지 잘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무슨 문제인가? 어떤 향이 난다 해도 그저 모르고 살아간다면 없는 것이나 다름없으므로 크게 문제 될 건 없다. 사실 공교육이나, 대안학교나, 홈스쿨링이나 어떤 교육을 받아도 세상 사는 데는 다 똑같다. 단지 그 특유의 향만 다를 뿐이다. 인생의 정답이 없는 것처럼 교육에도 정답은 없다. 그러기에 다양한 교육 방법이 있어야 한다. 사람 각자의 특성이 다양하듯 교육 방법도 다양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대안학교들이 늘어나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 볼 수 있다. 공교육이 바뀌면 좋겠다고 얘기하지만 공교육도 나름의 목적이 있고 또 어차피 바꿔 봐야 결국 또다시 누군가에겐 맞지 않는 교육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맞는 교육...
    Date2021.09.06 By아르스쿨링 Views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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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인간은 빈 그릇이 아니라 스펀지다.

    인터넷을 이용해 배울 때 어느 정도까지 깊이 들어갈 수 있을까? 일단 수학의 미적분을 알아보자. 유튜브를 통해 미적분이라고 검색을 하면 무수히 많은 미적분에 관한 동영상이 제시된다. 그중에 하나를 열어 보니 한 학원 강사가 빠른 말로 미적분 공식에 관해 설명한다. 하지만 미적분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겐 좀 어려워 보였다. 그래서 몇 개의 동영상을 더 열어 보니 나에게 알맞은 수준의 동영상을 찾을 수 있었다. 강사는 미적분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이해해야 하고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차분한 목소리로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런데 미적분을 왜 배워야 하는지와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그래서 따로 검색해보니 최초의 미분과 적분, 그리고 누구에 의해 발전되고 왜 미적분이 연구되었는지, 지금 어떤 분야에 사용하고 있는지가 나와 있었다. 수학이 단지 수학에서 머물지 않고 물리학과 역사, 철학 등 인문학으로도 연결되어 더 흥미로웠다. 사실 인문학적인 소양을 갖춘 이들에게 수학이란 쉽지 않은 학문이다. 어찌 보면 그들에게 수학은 계산 중심이 아닌 이야기 중심으로 접...
    Date2021.08.24 By아르스쿨링 Views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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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2021.08.24 By아르스쿨링 Views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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