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을 처음 등반하는 학생들은 아직 얼마나 힘들지 모르는 상태이지요. ㅋㅋ
요즘은 학교에 체험학습 신청서를 내면 결석 처리가 안 되기에 이렇게 멋진 체험을 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백담사 근처 용대리 마을에서 하루 자면서 푹 쉬고 다음날 여유 있게 올라가는 일정입니다.
다음날 아침까지 비가 예보되어 있었는데 얼마나 올지, 올라가기 전에 그칠지가 관건입니다.
올라가기 전에 비가 너무 많이 오면 출발 시간을 늦춰야 하는데 너무 늦춰졌다가는 어두워질 때 소청 대피소에 도착하게 돼서 그것도 위험하고
더 골치 아픈 경우는 애매한 시간에 비가 멈출 경우예요.
아예 늦춰지면 올라가는 걸 포기하고 펜션을 빌려 밑에서 놀다 가는 걸 선택할 텐데
애매한 시간에 멈추면 올라가기엔 위험하고 그렇다고 밑에서 놀자니 차라리 올라갈 걸 그랬나 싶을 테고.
어쨌거나 걱정은 내일 하기로 하고 오늘은 일단 푹 쉬는 게 우선이니 저녁 먹고 놀다가 일찍 자기로 했어요.
황토방으로 되어있는 백담 마운틴벨리 펜션에 도착해 보니 주인은 잠시 운동 나갔다 들어오는 중이라고 해서 기다리는 중에 아기 고양이들을 발견했어요.
길고양이 새끼인 거 같은데 숙박업소답게 여기서 숙식을 해결하는 듯 싶네요.(숙박비는 귀여움으로 충당!)
"여기 아기 고양이 있다"고 하니까 우르르 몰려와서 귀엽다며 이렇게 고양이와 놀고 있어요.
그런데 어미 고양이는 어디 갔을까?
내일의 힘든 등반을 위해 오늘은 일단 숙소에서 반드시 퍼질러(?) 있어야 합니다. ㅋㅋ
황토방이어서 건강에는 아주 좋을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
저녁은 근처 카페처럼 생긴 백담 순두부 식당에서 순두부 정식과 황태구이 정식을 먹었어요.
원래는 백담 황태구이 식당을 가려고 했으나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이 두 식당이 이곳 용대리 맛집의 양대 산맥 같아
내일 아침은 백담 황태구이 식당에서 먹기로 하고 첫날 저녁은 이쪽을 선택했어요.
마을에서 버스를 타고 백담사에서 내려 잠시 스트레칭을 하고 올라가기 시작했어요.
백담사 코스는 마지막 깔딱 고개를 빼고는 이렇게 산책 코스처럼 쉽게 되어있답니다.
며칠 전부터 비가 와서 그런가 계곡의 수량도 풍부했어요.
예전에 한창 가물 때 왔었을 때는 물이 별로 없어 조용히 '쫄쫄쫄' 흐르는 소리만 들렸는데 이번에는 '콸콸콸' 들렸습니다.
계획했던 장소는 아니지만 점심시간이 훌쩍 넘기도 했고 너무 멋진 풍경이 나와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어요.
아침에 사온 김밥을 먹었는데 평범한 김밥이 힘듦과 버무려져 맛있는 김밥이 되었네요.
한참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이렇게 쉴 수 있는 곳이 나오네요.
옆에 폭포를 보며 잠시 쉬었다 가라고 만들어 놓은 쉼터 같아요.
이곳에 사는 다람쥐는 사람을 무서워 하지 않아 내려놓은 배낭에도 들어가고 합니다.
드디어 나타난 깔딱 고개!
깔딱 고개 푯말이 나오는 줄 알아서 긴가민가 했는데 하도 힘들어서 내려오시는 비구니 스님에게 여기가 깔딱 고개가 맞는지 물어보니 맞다고 하시며 경상도 사투리로 힘들어 줄을 거 같다고 해서 웃음이 빵 터졌어요.
이곳은 경사도 심하고 높이도 들쭉날쭉한 돌 바위를 딛고 올라가야 해서 더 힘이 드는 것 같아요.
느끼기로는 한 시간쯤 올라간 것 같으나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힘들어서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고.
대충 30~40분쯤 걸렸을 수도 있어요. 혹은 정말로 한 시간... ㅋㅋ 뭐 사람마다, 체력마다 시간은 달라지는 것이니까 중요하진 않아요.
물도 딱 떨어졌을 때였는데 오직 봉정암 약수만 바라고 올라간 거여서 봉정암에서 물을 만났을 때 몇 바가지를 들이킨지 몰라요.
계획대로라면 소청 대피소에 배낭을 내려놓고 물통만 들고 대청봉을 찍고 내려와 잠을 잘 생각이었지만, 중간에 폭포에서도 한참 쉬고,
올라오다가 계곡에서도 시원하게 발 담그고 한참을 노는 바람에 늦어져서 바로 소청 대피소로 들어가기로 했어요.
어린 학생들이 올라오자 어른들이 대단하다며 칭찬을 해주셨어요.
힘들게 올라온 만큼 멋진 풍경에 다들 '우와~'하고 탄성을 질렀답니다.
다들 설악산 등반은 처음이라 이런 멋진 풍경도 처음 봤을 겁니다.
다른 대피소에 비해 좋은 전망을 볼 수 있는 소청 대피소는 건물 자체도 멋있어서 아주 만족스러웠어요.
물이나 음료, 밥도 이곳에서 구할 수 있었는데 현금으로만 살 수 있답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이렇게 화창할 수 없었어요.
이틀 전부터 시작해 전날 오전까지 내린 비가 먼지를 모두 씻어내서 그런가 멀리까지 보일 정도로 맑은 날씨를 보여주었어요.
사진엔 안 보이지만 우측으로 보면 멀리 동해 바다까지 보일 정도였답니다.
세수도 못한 꾀죄죄한 얼굴로 나와 다들 멍하니 멋진 풍경을 감상했어요.
일출을 보기 위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새벽에 출발했지만 우리는 느지막이 일어나(그래봐야 7시지만) 아침을 먹기 위해 준비했어요.
인원은 많고 코펠은 하나여서 전날 저녁엔 물만 끓여 뽀글이 라면을 먹었어요.
햇반을 데우기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 거 같아 그냥 생햇반으로 남은 라면 국물에 넣어 먹었는데, 너무 '생'이었어요.
불려 먹으려고 했는데 쉽게 불려지지 않고 그냥 입에서 쌀알이 굴러다니는 듯한 맛이었습니다
결국 아침엔 과감하게 3개당 10분씩 총 40분을 투자해 햇반을 데우고 남은 물에 라면을 끓였어요.
소청 대피소를 떠나 한 시간 정도 더 올라와 드디어 대청봉을 찍었습니다. 만세!!
힘들게 정상을 찍었지만 집에 가려면 다시 내려가야지요 ㅋㅋㅋ
잠시 쉬면서 정상을 만끽한 후 다시 채비를 갖춰 내려갑니다.
내려오다가 멋진 곳을 발견했어요.
약간 위험한 곳이어서 원하는 학생들만 사진을 찍었는데 역시나 예상대로 맘에 드는 사진을 건진 듯합니다. ㅋㅋㅋ
희운각 대피소에서 점심을 먹고 나니 꽤 시간이 흘렀어요.
중간에 계곡물이 보일 때마다 발을 담그고 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해가 떨어지기 전에 내려와야 해서 발길을 서둘렀습니다.
물론 중간중간 잠시 쉬면서 발을 담그거나 세수를 하긴 했지만 마냥 쉴 수는 없어서 10분 정도만 쉬고 일어나야 했어요.
비선대를 지나 신흥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지고 어두워졌을 때였어요.
산길은 나무가 우거져 해가 지는 시간 보다 더 빨리 어두워집니다.
혹시나 멧돼지가 나올까 신경이 곤두섰지만 다행히 만나진 않았어요.
소공원에 내려와 보니 저녁 8시 30분이네요.
백담사행 버스를 타고 백담사에 도착해 오전 11시 즈음 올라가기 시작해 저녁 7시 즈음 소청 대피소에 도착했으니, 올라가는 데만 8시간에 다음날 오전 8시 30분 즈음 소청 대피소에서 출발해 대청봉 찍고 소공원에 도착한 시간이 저녁 8시 30분 즈음이니 하산하는 데만 12시간이 걸렸어요.
물론 중간에 식사를 하거나 물에 발 담그고 쉬거나 하는 시간까지 더해져 길어지긴 했지만 어쨌든 긴 시간 동안 움직이긴 했습니다.
택시를 타고 숙소로 가서 우리가 타고 온 스타렉스로 갈아타서 성남으로 와 맥도날드에서 요기를 하고 성당에 도착하니 새벽 1시가 넘었습니다.
부모님이 성당에 나와있는지 몰랐던 학생들이 차가 들어오자 박수를 치며 맞이하는 부모님을 보자 정말 반가워했답니다.
힘든 산행을 통해 각자 성취감이 상승했으리라 생각하며
언젠가 새로운 학생들과 다시 올라갈 그 날을 기약하며,
그럼 그때까지 설악산아 아듀~